공개적인 곳에서 쓰지 못할 말들은 마땅한 장소에 가서 썼다. 그러다보니 개인 메모장에만 한 달, 두 달, 세 달... 꽤 많은 기록이 쌓였고 거길 제외한 곳에서는 아무 말도 쓰지 못했다. 그냥 늘 그랬듯, 우울 주워먹고 우울이랑 누워서 천장 쳐다보고, 아주 가끔 행복하고 그런 말들일 뿐인데도 어째서인지 보여질말한 말을 골라 쓰는 건 어려웠다. 

 

 

트위터에 두 명의 친구가 있다. 어릴 적부터 편지를 주고받았던 친구와, 근래에 좋은 말을 주고받으며 친해졌고 편지도 가끔 주고받게 된 친구다. 

나는. 사실은. 뜬구름 잡는 말도 아주 많이 하고 비속어를 쓰며 웃기도 하고 별에 별걸 다 좋아하기도 한다. 좋아하는 걸 맘껏 이야기하고 싶어서 만든 계정인데, 내가 아는 사람이 내 혼잣말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날 제대로 드러낼 수가 없었다. 괜히 말을 고르고, 또 다듬고, 없애버리고 하다 보니 짧은 감상평만이 남아있게 되었다. 

예전부터 트위터에 사적인 이야기 쓰는걸 어려워하긴 했다. 나혼자 낄낄낄하하하 웃고 욕하고 슬퍼하다가도 누가 말 걸면 진지하고 친절해지는 모습에 괴리감을 느꼈다. 사실 난, 이렇게 진지하기만 한 사람은 아닌데. 생각하는 동시에 남에게는 늘 완벽한 모습만 보이고 싶다는 강박이 공존했다. 뭐가 진짜 나고, 이게 사실은 가짜고. 이런 건 중요하지 않다. 그냥 난 단지... 그걸 어려워하는 내가 싫었다.

 

 

기억이 난다고 해야 할지, 나지 않는다고 해야 할지 아리송한 기억이 하나 있다. 바닥에서 뒹굴거리면서 놀던 나는 갑자기 에이포 용지에 연필로 글을 썼다. 좋아하는 소재들을 뭉뚱그려놓은 소설이었는데, 그건 줄 노트로 옮겨지며 뼈대가 잡혔고, 컴퓨터 활자로 쓰이면서 살이 더해졌다. 그러나 여태껏 완성되지 못하고 있다. 복잡한 용어들에 관해 자료조사가 필요했는데 그게 너무 귀찮다는 간단한 이유였다. 그땐 너무 어렵게만 느껴져서 내가 이걸 과연 완성이나 할 수 있을까? 의문만이 가득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너무 별거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모르면 그냥 뭉뚱그리면 된다. 미흡하지만 완성해둔 것이, 완벽하지만 완성되지 않은 것보다 훨씬 낫다. 이건 내가 예전에 썼던 글과 그림을 보면서 충분히 자주 느낀 감상과도 같다. 내 취향을 듬뿍 담은 창작물은 내 눈으로 봤을 때 가장 재미있다.